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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구선수 이와이즈미 X 모델 오이카와












  “아앗!”

  “뭐야, 왜?”


  미야기로 내려가는 신칸센의 안에서 무엇 때문인지 뒤늦게서야 떠올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오이카와에 이와이즈미가 놀랐는지 오이카와를 돌아봤다. 뭔데, 뭐 두고 온 거 있냐? 아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미야기에 내려가면, 이와쨩이랑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하겠구나 싶어서.”


  저를 놀란 얼굴로 바라보는 이와이즈미에게 사르르 웃어 보인 오이카와가 별 것 아니라는 듯 꺼낸 말이었다. 이와이즈미 또한 그걸 생각하지 못했는지 잠시 멈칫 하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그럼, 그 방도 오랜만에 들어가 보겠군. 이와이즈미가 깨끗하게 정돈 되어 있을 익숙했던 방을 떠올렸다. 온갖 추억들이 가득 담긴 곳이었다. 하지만 웃기게도, 그 추억들에는 전부 오이카와가 빠지지 않았다. 이와이즈미가 지어지는 웃음을 막지 않았다.



  오이카와와의 결혼이 드디어 2일 앞으로 다가온 아침이었다.







Will You Marry Me?

W. 블리







  “여어! 이와이즈미.”

  “여기, 여기.”


  저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들에 두리번거리는 걸 그만둔 이와이즈미가 의자를 빼 앉았다. 벌써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몇 년이 지났지만 이 녀석들 또한 제가 알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이와이즈미가 두 사람과 반가운 안부를 물었다.


  “잘 지냈냐.”

  “우리야 똑같지 뭐.”

  “너도 잘 지냈나 보네.”

  “뭐, 그렇지.”


  한 번 이야깃거리가 꺼내지면 쉴 틈이 없었다. 이와이즈미는 마치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한참이나 서로 신나게 회포를 풀던 중, 마츠카와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이카와는?”

  “엇, 정말. 안 보이네.”

  “같이 왔을 거 아니야. 안 데려왔어?”


  제게 당연하다는 듯이 오이카와의 부재를 묻는 것 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같이 내려오지 않았냐고 묻는 것까지. 이와이즈미가 떨떠름한 얼굴로 하나마키와 마츠카와를 바라봤다. 왜 이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묻는 건데? 이쯤 되니 기뻐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왜 당연하다는 듯이 묻는 건데?”

  “왜냐니. 저번에도 말했을 텐데.”

  “너희, 당연하게 한 쌍이잖아.”


  맞아, 그거지, 그거. 마츠카와의 말에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얼떨떨했다. 그렇게 붙어 다녔나. 매일 같이 보는 얼굴이 오이카와라, 사실은 두 사람의 말이 제대로 와 닿지 않았다. 붙어 다녔으면 얼마나 붙어 다녔다고. 이와이즈미가 고개를 내저었다.


  “야, 우리가 붙어 다녔으면 얼마나 붙어 다녔다고.”

  “…마츠카와 씨, 지금 이 발언,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네, 하나마키 씨. 아무래도 매일 같이 붙어 다닌다고 자기들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모르는 모양입니다.”


  제 말에 묘한 얼굴을 하던 하나마키가 그대로 마츠카와의 옆에 붙어 마이크라며 휴대폰을 갖다 댔다. 그걸 또 받아주겠다고 제 앞으로 내밀어진 휴대폰에 대고 말을 꺼내는 마츠카와도 마츠카와였다. 하여튼 이 녀석들은…. 어쩔 수가 없다며 이와이즈미가 결국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우리가 그랬다고?”

  “그렇다니까. 너희 수업시간이랑 부활동 때 말고는 계속 붙어 있었잖아.”

  “그 부활동도 어느 순간 오이카와가 구경 오면서 별로 의미는 없었지만.”


  두 사람의 말에 이와이즈미가 묘한 얼굴을 했다. 그렇게나 붙어 다녔다고? 그러니까, 나는 그렇게나 떨어지고 싶지 않아했다는 건가. 이와이즈미가 그제서야 놀란 눈치였다. 확실히, 그때는 불안한감이 없지 않아 있어서 자꾸만 오이카와를 눈에 담으려고 안달이었다. 같을 수 없는 미래, 갈라질 걸 알고 있었고,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건 그 순간까지라고 생각했다. 졸업을 해버리면, 전부 사라질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것들은 보기 좋게 빗나가 있었고, 현재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와 같이 살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평생 생각하지도 않던 결혼 따위를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참으로 놀랄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뭐, 그런 거지. 굳이 오이카와를 데려오지 않은 건 다 이유가 있는 거지?”

  “오이카와가 들으면 안 될 이야기라던가.”


  미묘하게 변해가는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하나마키와 마츠카와가 화제를 전환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눈을 깜박이던 이와이즈미가 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우리 유대가 좋았다지만 이 정도일 건 또 없지 않냐. 이와이즈미가 이제는 편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세 번째라는 것과는 다른 이유로, 두 사람이라고 전 보다야 한결 편한 것에 이와이즈미가 저 또한 별 다를 게 없다고 느꼈다.


  “내가 결혼할 준비 하고 있는 거, 알고 있다고 했지?”

  “그래. 다른 녀석들이 말해주더라.”

  “누구랑 하냐고 그렇게 물어도 말은 안 해주던데. 도대체 얼마나 참한 사람이길래 꼭꼭 숨기고 그래?”


  제 말에 조금은 서운한 얼굴을 하던 녀석들이 이때다 싶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이던 이와이즈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이카와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참한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보기에 참하면 된 거 아니겠냐. 또 한 번 고개를 갸웃거리던 이와이즈미가 두 사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 상대 말인데.”

 

  오이카와 녀석이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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