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오이] Will You Marry Me? (5)

※ 배구선수 이와이즈미 X 모델 오이카와

  “엇, 뭐야 이와이즈미?”

  “뭐가?”

  “뭐긴, 비디오카메라 말이야.”

  “아, 이거.”

  아직까지 쉬는 시기임에도 몸이 굳지 않게 하기 위해 체육관에 들르는 선수들이 많은 건 어쩌면 흔한 광경이었다. 거기에는 이와이즈미도 포함 되어 있었고, 자신과 같은 구단의 하기와라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굳이 하기와라의 이야기를 꺼내는 건, 이와이즈미가 상점가에 나가서 사온 비디오카메라를 제대로 만질 줄 모른다는 거였고, 반대로 하기와라는 능숙히 만질 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이와이즈미가 굳이 비디오카메라를 체육관에 갖고 온 건 다 이유가 있다는 거였다.

  관심을 갖고 물어오는 하기와라를 보며 이와이즈미가 눈을 반짝였다. 기껏 ―오이카와가― 좋은 일에 쓰려고 사왔는데 쓸 줄을 몰라서야 있으나 마나 한 게 아닌가. 이와이즈미는 오늘 하기와라에게 비디오카메라 쓰는 법을 제대로 배워갈 생각이었다. 이와이즈미가 이젠 제 옆에 앉기까지 하는 하기와라에게 슬쩍, 비디오카메라를 내밀었다.

  “여기에 담고 싶은 게 생겨서 사왔는데, 제대로 만져 본 적이 없어서 말이다.”

  “헤에,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뭐, 그냥. 꼭 담고 싶은 게 생겼어.”

  “이와이즈미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괜찮은 거겠지?”

  궁금하네. 제 앞으로 슬쩍, 내밀어지는 비디오카메라를 받아든 하기와라가 그것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하는 말이었다. 궁금해 하지 말아야 할 텐데. 이와이즈미가 차마 꺼내질 못할 말을 삼켜냈다. 이 안에 담길 게 뭐일 줄 알고. 물론 괜찮은 건 맞는 말이지만. 괜찮을 뿐이냐. 아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게 될 거다. 이와이즈미가 꺼내지 못할 말을 자꾸만 중얼거렸다.

  “별로 어렵지 않으니까 금세 배울 수 있을 거야. 잘 봐봐.”

  하기와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던 이와이즈미가 다시 한 번 눈을 반짝거렸다. 이 안에는 앞으로 가장 예쁜 것들이 담길 예정이었다. 그러니까 건성으로 들을 수는 없지.

  오이카와와의 결혼까지 딱 6일을 남기고 있는 시점이었다.

Will You Marry Me?

W. 블리

  딸랑. 입구에 달아둔 종소리가 이상하게도 커다란 것 같았다. 마감 시간이라 아무도 없는 카페의 안쪽에서 소리를 듣고 달려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마감 시간에 손님이라니. 곤란하겠다 싶었다. 조금 다른 시간에 올 걸 그랬나. 이와이즈미가 머쓱하니 뒷목을 쓸어내렸다.

  “죄송하지만 이제 곧 마감시간이라…, 어머.”

  “…안녕하세요.”

  급히 카페 안쪽에서 나오던 하네다가 놀란 얼굴로 머쓱하니 서있는 이와이즈미를 바라봤다. …이와이즈미 씨? …예, 늦은 시간에 갑자기 죄송합니다.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까딱이는 이와이즈미에게 아니라며 고개를 저으면서도 하네다는 놀란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하네다가 이렇게까지 놀라는 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저 무뚝뚝해 보이는 남자가 제 카페에 들르는 건 언제나 오이카와가 옆에 있을 때뿐이었고, 그것마저도 처음에는 ‘네가 가자니까 와준 거다’라는 분위기인지라 하네다는 첫 만남에서부터 벌써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와이즈미를 조금 어색해 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와이즈미는 알아 갈수록 꽤나 멋진 남자였고, 예의도 바랐으며, 성실한 면이 있었다. 지금에야 단골손님이라며 웃으면서 대화 몇 마디도 나누고, 안부도 묻는 사이었지만 오늘은 조금 묘한 것에 하네다가 뒤늦게서야 놀란감을 감췄다.

  오늘은 오이카와 씨랑 같이 안 오셨네요? 하마터면 이 질문이 먼저 튀어나올 뻔했다. 하지만 하네다가 기억하는 이와이즈미란 그 모습이 제일 익숙했기 때문에 저 질문이 튀어나올 뻔한 건 어쩌면 당연한 거였다. 게다가 마감시간에 찾아오기 까지 하다니. 하네다가 아는 이와이즈미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싶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해 보이면, 자리에 앉아서까지 머쓱한 얼굴을 하던 이와이즈미가 입을 열었다.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