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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구선수 이와이즈미 X 모델 오이카와
요즘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의 생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을 생일 선물로 주겠다고 정했던 만큼 준비할 것도, 생각할 것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동성결혼 합법화가 당장 10일 안에 허용 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결혼식을 올린다던가 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해주고 싶다고 정한 이상, 그 비슷한 느낌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은데…. 이와이즈미가 끙끙 거리며 펜을 집어 들었다.
결혼을 하려면 뭘 해야 하지? 그야 프로포즈가 먼저지. 그 다음은? 양가 부모님께 허락도 받아야 하고. 받았다면 식장도 잡고…. 심각한 얼굴로 하나 둘씩 써내려가던 이와이즈미가 또 한참을 고민하고 나서야 펜을 내려놓았다. 뭐, 결혼식이니까 대충 이런 식으로 준비하겠지. 방금까지 적어 내리던 것들을 훑어보던 이와이즈미가 다시 한 번 펜을 집어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적어 내리던 것 보다 지워내는 게 더 쉬운 것이 꽤나 쓰라렸다. 해 줄 수 있는 게 겨우 이런 것들뿐이라니. 몇 개 남지도 않은 것들을 훑어보던 이와이즈미가 한숨을 삼켰다. 지금이라도 그만 두고 다른, 더 좋은 걸 찾아보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 고개를 내밀었다. 괜히 상처 주는 거면 어쩌지. 오이카와가 아니었으면 평생 생각해 보지도 못했을 것들에 답지 않게 겁을 먹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별 수 없는 거였다. 무신경하고 섬세하지도 못한 자신과는 다르게, 아마 오이카와는 평생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옆에 누구를 세워 두었든 간에 분명 다신 오지 않을 행복하고 반짝이는, 단 한번 뿐인 경험일 텐데. 그것을 내가 이렇게…….
아. 이와이즈미가 번뜩이며 고개를 내저었다. 큰일 날 뻔했네. 이와이즈미가 제 뺨을 가볍게 두들겼다. 하마터면 오이카와의 생일에 가장 행복한 기억이 아니라 가장 최악의 기억을 만들어 줄 뻔했다. 생일 선물이라고 부르기에는 약간 애매한 감이 있었지만, 어쨌든 면목 상으로는 생일 선물임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걸 이렇게 우울감 가득하게 준비하고선 건넨다니. 준비하는 사람이 기뻐야 받는 사람도 기쁘다는 건 이와이즈미 나름의 신조였다. 정성이란 건 준비하는 모든 것에서부터 드러나는 게 아니던가. 그러니 준비하는 입장에서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이즈미가 방금보다야 훨씬 나아진 얼굴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졸업과 동시에 도쿄에 올라왔던 녀석들, 미야기에 남을 것처럼 굴더니 그것도 얼마 지키지도 못한 채 요 근처 도시에 살고 있는 녀석들 하며, 아직까지 미야기에 남아 있는 녀석들도 있었다. 맞는 시간을 고르려면 꽤나 빠듯 할 것 같았다.
“여보세요, 마츠카와냐?”
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이와이즈미가 휴대폰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건, 휴대폰이 완전히 열이 오르고 나서의 일이었다.
Will You Marry Me?
W. 블리
“오이카와.”
“응? 왜, 이와쨩?”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의 얼굴을 마주 볼 수 있었던 건 휴대폰이 완전히 뜨거워 져선 더 이상 손에 잡을 수 없게 된 다음의 일이었다. 웬만한 녀석들에겐 전부 전화를 돌려 약속 날짜와 시간까지 얻어내고 나니, 오이카와가 일을 끝내고 돌아올 시간이었던 거다. 오이카와의 눈에 들어가 봤자 좋을 게 없었기 때문에 ―자기를 두고 이렇게나 많이 누구랑 만나는 거냐며 엉엉 울 태세로 매달릴 게 뻔했다. 그렇다고 이와이즈미가 사실을 알려 줄 수는 없는 상황이니 절대 냉전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오이카와의 생일을 약 10일 놔두고 냉전이라니! 이와이즈미로서는 못해 먹을 일이었다.― 약속들이 아무렇게나 적혀 있는 종이를 고이 접어 제 방 깊숙한 곳에 놓아두고 나오는 길이었다. 이제 곧 돌아오겠거니 했더니 정말로 딱 맞춰 돌아올 건 또 뭐란 말인가. 이와이즈미는 제 방문을 닫고 나옴과 동시에 문소리를 내며 현관으로 발을 내미는 오이카와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쓸데없이 어물쩍 거리지 않았던 것이 참 다행이지 않았나 싶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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