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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대표 이와이즈미 X 모델 오이카와
※ 설정은 맞는 게 없으므로 픽션으로 넘어가 주세요.
※ 이와오이 카피페를 보고 썼습니다.
언제나 유들유들 웃기 바쁘던 녀석의 얼굴이 씩씩 거리느라 열에 달아있었다. 그것은 오이카와 토오루라는 남자를 두고 생각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나 다름없었다. 언제나 웃기 바쁜 녀석이 화가 나서 씩씩 거린다고? 다들 무슨 일이냐며 의아해 할 게 눈에 선했다.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 오이카와란 화가 날 때도 유들유들 하니 웃는 모습을 버리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렇다면 오이카와 토오루라는 남자가 어쩐 이유로, 아니, 정정한다. 오이카와 토오루라는 남자가 도대체 누구 앞이길래 생각지도 못한 얼굴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는가.
"이와쨩 나한테 했던 말이랑 다르잖아!"
"그래서 내가 늦게라도 메일 했다고 했지."
"나는 못 봤다구!"
"너, 네가 못 본걸 왜 나한테 그러냐."
그것을 전제로 두고 생각해 보면, 오이카와 토오루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일 모습이었다. 오이카와 토오루가 이 앞에서 저런 얼굴을 짓지 않는다고? 그건 그거대로 다들 의아해 할 이유였다. 그렇담 오이카와 토오루 앞에서 짜증이란 짜증은 전부 받아내고 있는 이는 누구란 말인가.
"씨이, 오늘 바빴던 거 알면서!"
"너야말로, 나 요즘 배구 시즌이라 바쁜 거 모르냐?"
"그래도 그렇지 오늘은 좀 아니지 않아?"
오이카와 토오루가 이렇게나 허물없는 얼굴을 짓게 할 수 있는 사람. 기억도 안 나는 옛적부터 함께였고, 말도 안 되는 시간을 지금까지 함께해 오는, 친구라는 이름은 이미 옛적에 지났고 첫사랑이니 짝사랑이니도 끝낸 지 오래였다. 그러니까 이 요는, 이미 할 거 다 해보고 그래도 부족하다며 서로 떨어질 줄을 모르는 그런.
그냥 그런 사이.
[이와오이] 다 해
W. 블리
오이카와 토오루가 씩씩거리며 화를 내고, 이와이즈미 하지메가 그것을 짜증스럽게 받아치고 있는 지금 같은 상황이 일어난 건, 언제나처럼 별 거 아닌 이유에서였다. 기억도 안 나는 옛적부터 서로 참 별 것도 아닌 이유로 짜증을 부리고 화를 냈었다. 그것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같이 부대끼다 보니 지금까지도 이런 일상이다.
그래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오이카와 토오루가 이와이즈미 하지메에게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건, 말 했다시피 별 거 아닌 이유에서였다. 이와이즈미는 곧 다가올 배구 시즌으로 점점 바빠지고 있었고, 오이카와도 갑자기 잡힌 쇼에 한창 정신이 없다가 최근에서야 한숨 돌릴 시간이 생긴, 그때 즈음인 것이다. 평소 서로를 최대한 존중하는 입장이기에 일로 얼마나 바쁘고 섭섭해도 말로 꺼내거나 티를 내는 법은 없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상대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일이니까. 이거면 충분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이즈미는, 쇼 때문에 오이카와가 한 달이든 몇 개월이든 집을 떠나있어도 티를 내지 않았고, 오이카와는 배구 때문에 이와이즈미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대도 티를 내지 않았다. ―이와이즈미의 전지훈련쯤이야 자신이 쇼 때문에 떠나 있는 것에 비하면 별 것도 아니었기에 오이카와는 들먹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곧 다가올 배구 시즌으로 바빠지기 시작한 이와이즈미가 무슨 이유에서인진 모르겠지만 ―협회 쪽 일이라 이와이즈미도 정확히는 모르는 눈치였다.― 훈련을 하루 쉬는 날이라며 점심이든 저녁이든 먹고 들어오지 않겠냐고 물었었다. ―이건 오이카와에게 중요한 거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와이즈미가 먼저, 먼저 데이트를 권유한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안 그래도 오이카와가 쇼를 급히 마무리 짓고 돌아왔을 무렵이 이와이즈미가 배구 시즌으로 슬슬 바빠지기 시작한 시기와 겹치는 탓에 근 2개월을 서로 함께한 시간 보다 떨어져 있던 시간이 더 많았었다. 오이카와는 그 권유를 금세 오케이 했다. ―이게 아니더라도 이와이즈미의 권유를 오이카와가 오케이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이틀이 지나면 콧노래가 나오고, 사흘이 지나면 실실 웃다가, 나흘이 지나면 입고 나갈 옷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오이카와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오이카와가 들떠서 이와이즈미의 쉬는 날을 기다리던 것처럼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던 이와이즈미도 나름 기대하는 중이었다. 저와 온 종일 함께 하는 날이라며 이렇게나 들떠하는 오이카와를 두고 저라고 어떻게 붕 뜨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실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 못지않게 들떠 있던 건지도 몰랐다. 그렇게 하루고 이틀이고 쉬는 날만 기다리던 이와이즈미와 오이카와의 기분이 금세 하락세를 탄 건, 아이러니 하게도 그렇게나 기다려 오던 이와이즈미의 쉬는 날 당일이었다.
이와이즈미의 쉬는 날이었던 오늘 오전은, 최근 있었던 쇼로 인해 호출을 받은 오이카와가 잠시 회사에 들러야 하는 일이 있었다. 쇼가 끝난 후에 회사의 호출을 받는 거야 어느 정도 예상했던 거였고, 오래 걸릴 일도 아니었기에 오이카와도 알겠다며 긍정의 답을 비춘 후였다. 문제라면, 오이카와와 비슷한 시간에 이와이즈미 또한 협회의 호출을 받았다는 거였다. 어째서, 라는 의문이야 들었지만 여태까지 이와이즈미가 쉬는 날이라고 불려 나가지 않았던 적은 없었으니까 그러려니 했다. ―어찌 되었건 이와이즈미란 사람은 약속을 하면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는 걸 알고 있었다. 특히나 오이카와와 관련 된 거라면 더더욱.― 하지만 그러려니 했던 것이 문제였지 않았나 싶었다. 오늘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의 볼 일이 모두 끝날 때까지 갑자기 증발 된 쉬는 날로 인해 돌아오지 못했고, 오이카와는 생각 보다 길어진 볼 일에 이와이즈미가 짧게나마 남긴 메일을 차마 확인 하지 못했으며, 이러한 이유로 두 사람은 그렇게나 기다리던 오늘을 함께 하지 못했었다는 것이 오이카와 토오루가 현재 이렇게나 화를 내고 있는 이유였다. 이와이즈미가 자꾸만 찌푸려지는 미간을 짚었다. 화내지 말자, 어찌 됐든 제 쉬는 날이었고, 그걸 가장 기다렸던 건 오이카와니까. 화내지 말자.
"이와쨩은 이와쨩을 기다리던 나는 생각도 안 한 거지?"
화내지 말자.
"전화 한 통 하는 것도 못 할 정도였어?"
화내지 말자….
"나랑 같이 보내기 싫었던 거 아니야?"
화내지…, 저게 진짜.
자꾸만 찌푸려지려는 미간을 꾹꾹 눌러대던 이와이즈미가 계속해서 이어지던 오이카와의 말에 결국 또 다시 형편없이 찌푸려졌다. 못 들어주겠네, 진짜. 이와이즈미가 제 앞에서 아까와 같이 씩씩거리는 오이카와를 바라봤다. 아무리 오이카와라도 저한테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였다. 모르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든지 말든지, 그거야 이와이즈미한테는 하등 쓸모없는 말이었지만, 너는 아니지 않냐. 이와이즈미가 눈썹을 까딱이며 한숨 같은 숨을 내쉬었다. 너는 나한테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오이카와.
"오이카와, 너, 아까부터 자꾸 그러는데, 예쁜 거 믿고 짜증스럽게 굴면 다냐?"
"……미안하지만 나는 예쁜 게 다거든! 그리고 그게 문제야?"
이걸 어떻게 하지, 싶던 이와이즈미가 결국에는 한숨을 삼키는 것으로 속을 삭혔다. 어쩌긴 뭘 어째, 뭐가 됐든 내 잘못이지. 그렇게 내뱉어진 이와이즈미의 말에 잠시 멈칫하던 오이카와가 턱을 들어 올리며 이와이즈미를 훑었다. 내가 예쁜 건 당연한 거지만, 지금 그게 문제는 아니지. 오이카와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알았지만, 그거야 이젠 이와이즈미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니지, 예쁘면 다지. 너 다 해."
"…저기 이와쨩, 내 말 듣고는 있어?"
듣고 있는데. 그런데 지금 그런 말이 나와? 왜, 너 예쁘다는데. 아니, 그건 나도 아는데…. 그래, 너 예쁘다고. 나도 아는데 지금은…. 예쁘다니까,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그걸 오늘 이와쨩 때문에 못한 거잖아. 그러냐? 나쁜 새끼네. …아니, 그건 아니고. 오늘 네가 하고 싶었던 거 언제 해도 괜찮은 거냐. 아니, 뭐, 이와쨩이랑 하는 거면, 뭐…. 그럼 이번 주말에 하던가. …주말? 엉, 오늘 쉬는 날도 갑자기 캔슬 됐으니까 언제든 주말까지 껴서 쉬고 오래. 정말? 그래. 그럼 주말에 나랑….
뭐든 알겠다니까,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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