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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오이] 치(治)하려다 00
W. 블리
나라가 전쟁으로 뒤숭숭하니 백성들의 민심도 불안에 가득 찼다. 백성들은 저들의 주군이 아닌 다른 것을 찾기 시작했고, 이내 백성들의 불안과 바람을 한 곳에 모아 그들은 그것을 신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형태를 다양이 하곤 했는데, 어떨 땐 자연을 모시기도, 신성하다는 물건을 모시기도, 동물을 모시기도 했다.
그리고 마음을 얻은 것은 힘을 얻기 마련이다. 백성들의 기도를 통해 힘을 얻은 신이라 불리는 존재들은, 저들을 극진히 모시는 백성들을 가엾고 불쌍히 여겨 그들의 바람과 염원을 들어주기도, 벌을 내리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신이라는 존재들은 점점 힘을 키워갔고, 연약하고 하찮은 인간들은 계속해서 신을 찾곤 했다. 하지만, 힘을 가진 존재가 사악함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
그것이야 말로 인간도(人間道)에 강림한 지옥도(地獄道)라 할 수 있었다.
본디 신이라고 불리었어야 했던 힘이 있는 것들이 사악함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 그것들은 더 이상 저들이 가엾고 불쌍히 여기던 인간들을 보살피지 않았고. 참으로 기괴한 모습을 한 채로 덧없고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을 마치 천재(天災)와 같은 힘으로 해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서로 무리를 짓지 않으며, 태어나는 것 또한 윤회를 거스르는 것이었으니. 마치 지옥과도 같은 모습에 인간들은 울부짖었고, 그렇기에 더더욱 저들이 모시던 신을 불렀다.
저들이 보살피고, 사랑했던 인간들의 고통스러운 목소리에 신들은 분노했다. 본디 형제와 같던 것들이 사악함에 마음을 빼앗겨 인간들을 해치고 있었다. 더 이상 저들이 보살피고 사랑하는 인간들을 고통 속에 허덕이게 만들 수 없었던 신들은 인간도에 펼쳐진 지옥과도 같은 모습에 힘을 모으기로 결심했다.
신의 부름을 받아라. 신의 분신이여. 신성하고 깨끗한 이 힘이. 그들을 구원해 줄 힘이 될 터이니. 그 힘을 부디, 모든 사악한 것들의 박멸이 있기 전까지. 온전히 유지하고 이어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한 곳에 모인 신들은 저들의 힘을 모은 분신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신의 부름을 받아 인간도에 내려갔다. 그것은 겉보기에 인간과도 같이 생겼으나 온통 청량한 기운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고, 그것의 손끝이 닿은 부정한 것들은 전부 정화 되곤 했다. 그것은 인간들을 보호했으며, 제 힘을 사악한 것으로부터 가엾고 나약한 인간들을 구원하는 곳에 사용했다. 그것에 도움을 받은 인간들은 그 신비로운 힘에 넋을 놓기도 했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으며, 그대로 정신을 잃기도 했다. 오롯이 사악한 것에서부터 저들을 보호하는 그것을 보며 인간들은 신의 사도라 불렀다.
그것은 혈혈단신으로 사악한 것들과 맞서 싸웠는데, 어느 날부턴 3명의 제자를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그것은 제 제자들에게 제가 가진 모든 것들을 가르쳤으며, 현명하고 지혜로운 3명의 제자들은 제 스승의 가르침에 따랐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3명의 제자를 모두 떠나보낸 그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사악한 것들과 싸워 숨을 거두었으며. 인간들은 그것의 마지막 모습을 슬퍼하고, 애도했다. 하늘에서도 그것의 마지막을 슬퍼하는지 비가 내렸으며, 인간들은 사악한 것을 요괴, 신성한 힘으로 저들을 위해 맞서 싸우던 그것을 퇴마사로 이름 붙였다.
그리고, 서로 뿔뿔이 흩어진 3명의 제자들이 지금도 계속 제 스승의 가르침을 이어나간다는
"그런 이야기가 퇴마사들의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
꺄르륵. 지금까지 한껏 진지했던 제 표정과 엄했던 목소리와는 반대되는 장난스러운 마무리에 주변에 동그랗게 모여서 제 이야기를 듣던 마을 꼬마들이 즐거운 듯 꺄르륵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귀여운 모습에 이와이즈미의 입가에도 웃음이 걸쳐지는 듯했다.
자신이야 지금까지 마을 꼬마들에게 해줬던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알 턱이 없었다. 하지만 같은 퇴마사였던 제 할아버지에게 언제나 들었던 말이었고, 지금의 자신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지의 나라를 탐험했다는 서적을 읽었을 때처럼 눈을 반짝이던 어린애가 아니었다. 제 할아버지의 업을 이어받은 이와이즈미가 항상 이 이야기를 해주며 느끼는 것은 어쩌면, 정말로 그런 일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저 그런 생각들.
그리고 자신이 그 3명의 제자들이, 저들의 스승처럼 다른 인간을 제자로 들여 힘을 나눠주고 업을 나눴던 인간의 후손이라면. 그렇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업이고 숙명일 것이라는 생각들. 그 생각에 어느새 이리저리 뛰어 노는 마을 꼬마들을 바라보던 이와이즈미가 작고 소소한 마을을 눈에 담았다.
자신은 퇴마사의 후손이었고, 우연히 들른 이 마을에서는 요괴가 인간들을 해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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