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치(治)하려다

[이와오이] 치(治)하려다

Adorably 2017. 7. 12. 23:33

※ 보기 편하시게 00편~03편까지 통합해 봤습니다. 








[이와오이] 치(治)하려다

W. 블리








: 서장의 서장








  나라가 전쟁으로 뒤숭숭하니 백성들의 민심도 불안에 가득 찼다. 백성들은 저들의 주군이 아닌 다른 것을 찾기 시작했고, 이내 백성들은 저들의 불안과 바람을 한 곳에 모아 그것을 신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형태를 다양이 하곤 했는데, 어떨 땐 자연을 모시기도, 신성하다는 물건을 모시기도, 동물을 모시기도 했다.


  그리고, 마음을 얻은 것은 힘을 얻기 마련이다. 백성들의 숭배와 간절한 기도를 통해 힘을 얻은 신이라 불리는 존재들은, 저들을 극진히 모시는 백성들을 가엾고 불쌍히 여겨 그들의 바람과 염원을 들어주기도, 어리석음에 벌을 내리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신이라는 존재들은 점점 힘을 키워갔고, 연약하고 하찮은 인간들은 계속해서 신을 찾곤 했다. 하지만, 힘을 가진 존재가 사악함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


  그것이야 말로 인간도(人間道)에 강림한 지옥도(地獄道)라 할 수 있었다.


  본디 신이라고 불리었어야 했던 힘이 있는 것들이 사악함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 그것들은 더 이상 저들이 가엾고 불쌍히 여기던 인간들을 보살피지 않았고. 참으로 기괴한 모습을 한 채로 덧없고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을 마치 천재(天災)와 같은 힘으로 해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서로 무리를 짓지 않으며, 태어나는 것 또한 윤회를 거스르는 것이었으니. 마치 지옥과도 같은 모습에 인간들은 공포에 떨며 울부짖었고, 그렇기에 더더욱 저들이 모시던 신을 불렀다.


  저들이 보살피고, 사랑했던 인간들의 고통스러운 목소리에 신들은 분노했다. 본디 형제와 같던 것들이 사악함 따위에 마음을 빼앗겨 저들의 본질을 잊고 인간들을 해치고 있었다. 더 이상 저들이 보살피고 사랑하는 인간들을 고통 속에 허덕이게 만들 수 없었던 신들은 인간도에 펼쳐진 지옥과도 같은 모습에 힘을 모으기로 결심했다.



  「신의 부름을 받아라. 신의 분신이여. 신성하고 깨끗한 이 힘이. 나약한 이들을 구원해 줄 힘이 될 터이니. 그 힘을 부디, 모든 사악한 것들의 박멸이 있기 전까지. 온전히 유지하고 이어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한 곳에 모인 신들은 저들의 힘을 모은 분신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신의 부름을 받아 인간도에 내려갔다. 그것은 겉보기에 인간과도 같이 생겼으나 온통 청량한 기운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고, 그것의 손끝이 닿은 부정한 것들은 전부 정화 되곤 했다. 그것은 인간들을 보호했으며, 제 힘을 사악한 것으로부터 가엾고 나약한 인간들을 구원하는 곳에 사용했다. 그것에 도움을 받은 인간들은 그 신비로운 힘에 넋을 놓기도 했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으며, 가히 상상도 못할 모습에 그대로 정신을 잃기도 했다. 오롯이 사악한 것에서부터 저들을 보호하는 그것을 보며, 인간들은 그것을 신의 사도라 불렀다.


  그것은 혈혈단신으로 사악한 것들과 맞서 싸웠는데, 어느 날부턴 3명의 제자를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그것은 제 제자들에게 제가 가진 모든 것들을 가르쳤으며, 현명하고 지혜로운 3명의 제자들은 제 스승의 가르침에 따랐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3명의 제자를 모두 떠나보낸 그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사악한 것들과 싸워 숨을 거두었으며. 인간들은 그것의 마지막 모습을 슬퍼하고, 애도했다. 하늘에서도 그것의 마지막을 슬퍼하는지 비가 내렸으며, 인간들은 사악한 것을 요괴, 신성한 힘으로 저들을 위해 맞서 싸우던 그것을 퇴마사로 이름 붙였다.


  그리고, 서로 뿔뿔이 흩어진 3명의 제자들이 지금도 계속 제 스승의 가르침을 이어나간다는,



  “그런 이야기가 퇴마사들의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


  꺄르륵. 지금까지 한껏 진지했던 제 표정과 엄했던 목소리와는 반대되는 장난스러운 마무리에 주변에 동그랗게 모여서 제 이야기를 듣던 마을 꼬마들이 즐거운 듯 꺄르륵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귀여운 모습에 방금까지 이야기를 풀어내던 이와이즈미의 입가에도 살풋, 웃음이 걸쳐지는 듯했다.


  자신이야 지금까지 마을 꼬마들에게 해줬던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알 턱이 없었다. 하지만 이건, 같은 퇴마사였던 제 할아버지에게서 언제나 들었던 말이었고, 지금의 자신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지의 나라를 탐험했다는 서적을 읽었을 때처럼 눈을 반짝이던 어린애가 아니었다. 제 할아버지의 업을 이어받은 이와이즈미가 항상 이 이야기를 해주며 느끼는 것은 어쩌면, 정말로 그런 일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저 그런 생각들.


  그리고 자신이 그 3명의 제자들이, 저들의 스승처럼 다른 인간을 제자로 들여 힘을 나눠주고 업을 나눴던 인간의 후손이라면. 그렇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업이고 숙명일 것이라는 생각들. 그 생각에 어느새 이리저리 뛰어 노느라 바쁜 마을 꼬마들을 바라보던 이와이즈미가 작고 소소한 시골 마을을 눈에 담았다.


  자신은 퇴마사의 후손이었고, 우연히 들른 이 마을에서는 요괴가 인간들을 해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 업(業)








  이와이즈미는 퇴마사의 후손으로, 저 또한 업(業)을 이어받은 뒤로는 제 할아버지처럼 자신이 살고 있던 마을의 퇴마사로 있었다. 퇴마사로 있던 매일 매일이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저가 살던 마을은 오래전부터 이와이즈미 가(家)가 지켜오던 곳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요괴란 일 년에 몇 번 볼까 말까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와이즈미는 회의감을 느꼈다.


  제가 태어나고 자라온 마을이다. 그런 곳이 소중하지 않느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었다. 소중했고 지켜주고 싶었으며, 그건 지금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저들의 마을은 이미 제 가문 사람들로 인해 보호 받고 있었고, 그래. 솔직히 말해서, 그중에서 딱히 저가 없어진다고 이 마을이 위협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저가 할아버지에게 이어 받은 업이란 이렇지 않았다. 그러니까, 퇴마사란, 이렇게 한가롭고 평화로운 삶을 보내는 존재라고 배우지 않았다는 거다.


  퇴마사란 언제나 힘없고 나약한 인간들의 편에 서야 했으며, 그렇기에 저들이 가진 힘을 사악한 것들로부터 인간들을 지키는 곳에 써야한다고 배웠다. 태초부터 저들의 힘은 그걸 위해 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이와이즈미는 제 소중한 것들이 있는 마을을 떠났다.


  다들 반대했고, 말렸으며, 어리석다고 질책했다. 하지만 그 모든 말에도 이와이즈미만은 완고했는데, 그 모습에 결국 제 어미마저 한숨 끝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 사이에 제 아들의 무모함으로 눈물을 보이는 것에 굳은 결심이 흔들릴 뻔한 일이 있었지만― 어렵게 떨어진 허락으로 이와이즈미는, 저가 살고 있던 세계를 벗어나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제가 이어받은 업을 다하도록 제 모든 것이 있는 마을을 떠났다.


  그리고 그렇게 전국을 돌아다니던 이와이즈미가 느낀 건, 제가 알고 있던 것보다 세계는 넓다는 거였다. 가보지 못했던 곳곳은 세상 어디보다 아름답기도, 또한 끔찍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어느 곳은 제가 살던 마을처럼 평화롭고 인정이 많았으며, 또 어느 곳은 매일 요괴가 넘쳐나 이와이즈미가 애를 먹었던 경우도 있었다. 어느 곳은 전쟁으로 혼란스러웠고, 어느 곳은 참으로 인정이 없는 곳도 있었다.


  그동안 몰랐던 세계는 이와이즈미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한 그 어느 곳을 가더라도 요괴를 퇴치하지 않던 곳이 없었다. 그것에 대해 이와이즈미는 깊이 반성했다. 저가 모르던 세계의 곳곳은 이렇게나 요괴들로 고통 받고 있었는데, 저들은 힘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참으로 편하게 살고 있었다. 그것에 이와이즈미는 언제든 힘이 들면 돌아오라던 제 어미의 말을 한편에 묻어두기로 했다. 세상은 아직까지 저와 같은 힘 있는 자들이 필요한 곳이 많았다.


  그렇게 몇 년을 전국을 돌아다니며 제 힘을 빌려주던 이와이즈미는, 꽤 유능한 퇴마사였다. 태초부터가 힘 있는 퇴마사 가문의 자제였다. 스승은 그 안에서도 누구보다 뛰어났던 제 할아버지였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것들은 더욱 견고하고 단단해졌다. 그러한 이유로, 전국에서 알아줄 정도로 유명하진 않으나 소소한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꽤나 이름을 떨치고 다니던 와중에.


  이와이즈미는 이 마을에 도달한 것이었다.


  얼핏 흘려들은 이야기로는 한 달 전부터 소소하니 평화롭던 마을에 지독한 요괴가 나타났다고 했다. 요괴가 나타난 것도 마을 사람들한테는 두려운 것인데 그 요괴는 사람들을 해치기까지 한다고 한다. 그걸 들은 이와이즈미는 이번에는 이 마을에 머물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잡아먹거나 해치는 요괴는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요즘 같이 요괴가 빈번한 시대에 힘없던 인간들이 더 이상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며 무기를 집어든 지는 오래였다. 그에 어중간하거나 힘이 없는 요괴들은 인간들의 손으로도 쉽게 퇴치가 가능해진 수준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이렇게, 인간들을 해치는 요괴들은, 힘이 있는 요괴들이기 때문에 퇴치가 까다로웠다.


  골치 아픈 얼굴로 고개를 까딱이던 이와이즈미가 어느새 저 멀리서 들리는 마을 꼬마들의 웃음소리에 눈앞에 보이는 마을을 훑어봤다.


  평화롭고 웃음이 떠나지 않아 보이는 듯했다. 부유하진 않았지만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협력하고 정이 넘쳤다. 그런데 이런 마을에 다른 요괴도 아닌 사람을 해치는 요괴라니.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는 습관처럼 고개를 까딱이던 이와이즈미가 마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돌아다녀 본 마을은 역시나 활기가 넘쳤다. 전쟁으로 어지러운 나라라든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요괴의 존재라든가. 그런 것들을 전부 차치해 두고서라도 마을은 평화로웠고, 이방인인 저에게도 인정이 넘쳤다. 그리고 그 덕에 이와이즈미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요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요괴는 인간들을 참으로 싫어해서 그것은 마치 한 겨울과 같았으며.

요괴는 여자, 남자, 심지어 어린 아이들까지 해칠 정도로 잔혹하며.

요괴는 산 속에 혼자 있거나 길을 잃은 사람에게만 모습을 비추고.

요괴가 마을에 나타난 지는 벌써 한 달이 지나.

요괴를 퇴치하겠다며 퇴마사들이 꽤 왔었건만, 다들 요괴를 퇴치하지 못하였다.」


  

  이 다섯 가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친절하게도 마을 사람들이 내준 과일을 입 안 가득 우물거리던 이와이즈미가 마침 제 덕에 화두에 오른, 요즘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걱정거리인 난폭한 요괴의 대한 이야기를 배경으로 숲 속을 돌아봤다. 저는 퇴마사의 후손이었다. 그 오랜 업을 이어받기로 했었을 때부터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었고, 여태 요괴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왔다. 그러니 이것 또한 저가 해야 할 일.


  이와이즈미가 제 손에 묻은 과즙을 핥아내며 눈을 빛냈다.









: 그 퇴마사








  마을 사람들의 근심 가득한 말들을 제게 친절히 내어준 과일들을 우물거리며 듣고 있던 이와이즈미가 이내 그것을 꿀떡하며 삼키는 것 같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번에는 이 마을에서 지내기로 했고, 맛있는 과일도 얻어먹었으니 이제는 제가 맡은 일을 할 차례였다.


  “그 요괴가 들었다는 숲, 제가 잠시 살펴봐도 괜찮을까요?”

  “뭐?! 안 돼, 청년. 다른 사람들처럼 죽고 싶어서 그래?”

  “그래. 그 요괴, 도대체 얼마나 지독한지. 살려 보내는 사람도 없고 운 좋게 살아온 사람들도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젊은이가 큰일 당하기 싫으면 그냥 얌전히 여기 있어.”


  여태 아무 말 없이 저들이 내어준 과일을 우물거리는가 싶더니 보기 좋게 전부 비우고 나서 하는 말이 깜짝 놀랄 말이라 주변에 있던 마을 어른들이 하나 같이 이와이즈미를 말리기 시작했다. 죽을 거야. 젊은이가 뭣 하러 거기에 죽으러가? 얌전히 있어. 제 말에 마을 어른들이 하는 말이라곤 전부 저런 말들뿐이라 이와이즈미가 꽤나 머쓱해 했다. 제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퇴마사로서는 꽤 유능하다고 생각하는데……. 머쓱하니 뒷목을 쓸던 이와이즈미가 눈을 깜빡였다. 그래도 나름 이런 걱정 어린 말들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것에 기분 좋게 웃어 보이던 이와이즈미가 아직까지 걱정 가득한 말을 내뱉는 마을 어른들에게 여태 밝히지 못했던 퇴마사라는 사실을 꺼내 놓았다.


  “걱정 감사합니다, 어르신들. 하지만 걱정 마세요.”

  “걱정 말라니! 그런 끔찍한 요괴를 보러 간다는데!”

  “괜찮습니다. 이래 뵈도 퇴마사를 하고 있거든요. 이 마을에도 요괴가 들어섰다는 소리에 잠시 들렀습니다.”


  퇴마사? 퇴마사라고? 저를 걱정하는 마을 어른들에게 자신은 퇴마사이며, 이 마을에는 요괴가 있다는 소리에 잠시 들른 거라는 사실을 밝힌 이와이즈미가 그 말에 하나같이 놀라는 마을 어른들을 바라봤다. 얼핏 지나가는 소리로 들으니, 이 마을에 들렀던 퇴마사는 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 허나, 적지 않은 숫자의 퇴마사가 이 마을을 들렀다 갔음에도 마을에 들어선 요괴는 여전히 사람들을 해치고 있었다. 그것을 그들과 같은 퇴마사인 저가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내어준 과일을 먹느라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난 이와이즈미가 저를 걱정하는 마을 어른들을 안심시켰다. 그런 끔찍한 요괴를 만나러 간다는 것에 걱정이 되는 건 알겠지만, 이것 또한 제가 해야 할 일이었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이런 적이 한두 번 있던 것도 아니었다. 저를 보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이와이즈미 혼자만이 고요했다. 저라고 해서 매번 당연하게 요괴와 맞서면서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만,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다가 일을 당하는 거라면 나쁘지 않을 거라고. 이와이즈미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용감한 것과 두려움은 별개가 아니었다. 용감하지 않아서도 안 된다. 두려움이 없어서도 안 된다. 용감함을 바탕으로, 두려워하는 것들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거였다. 그리고 이와이즈미는 언제나, 자신이 그것을 행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마을 사람들은 결국,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와이즈미의 단호한 모습에 한 걸음 물러서기로 했다. 힘없는 저들이 이와이즈미를 걱정하는 거야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와이즈미의 입장은 저들과 다를 터였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이와이즈미는 퇴마사였고, 저들과는 달리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닐 거니와 확실히 요괴를 퇴마사가 아니면 누가 퇴마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마을 사람들은 요괴가 나온다는 뒷산 입구를 이 시간 이후로 아무도 오를 수 없게 봉쇄했고, 이와이즈미가 바라던 대로 뒷산의 입구까지 그를 데려다 주기까지 했다.


  “무리한 부탁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닐세. 우리야 말로 위험한 일을 부탁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지.”


  뒷산의 입구 앞에 선 이와이즈미가 마을 사람들을 돌아보며 그 반듯한 얼굴로 고개를 까딱였다. 그 모습에 마을 사람들이 다들 하나 같이 근심 가득한 얼굴을 짓는 거였다. 이 앞에는 마을을 떠들썩하게 했던 요괴가 살고 있었다. 그동안 꽤 적지 않은 수의 퇴마사들이 다녀갔지만 요괴를 퇴치하긴 커녕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몇몇은 처음에는 요괴를 퇴치한다며 의기양양하게 숲 속으로 들어갔다가 영영 숲 밖으로 나오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 곳을 아무리 퇴마사래도 이렇게나 젊은 청년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마을 사람들은 저들이 마치 아주 몹쓸 짓을 하는 것만 같았다.


  마을 사람들이 머뭇머뭇, 이러지도 못하고 이와이즈미의 모습만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숲 속에 이렇게나 씩씩하니 사근사근한 청년을 ―어째서인지 이와이즈미는 주는 음식을 복스럽게 받아먹었을 뿐인데 마을 사람들에게 인기 만발이었다.― 홀로 보낸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마을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괜찮다며 말려야 하는 건가, 하며 입술을 우물거릴 때 즈음.


  “오늘 처음 보는 인사를 이렇게나 걱정해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니, 우리야 뭐…….”


  저들의 기색이 신경 쓰였는지 숲의 입구에서 움직이지 못하던 이와이즈미의 목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어찌 된 것이 지금에서까지 뱉어내는 말들 하나하나가 이렇게나 차분하고 힘이 있는지 모를 판국이었다. 그에 괜스레 머쓱해 하던 마을 사람들이 더 이상 저들 앞에 자리한 이 듬직한 퇴마사를 두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건, 바로 이 다음의 일이었다.


  “힘이 있는 자가 나서지 않으면 어쩌겠습니까. 저는 그 때문에 이 마을에 흘러 들어온 것이지 외에 다른 이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업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또한, 제가 숲 속에 들어간 후 일어나는 모든 것들도 제 업일 겁니다.”


  그러니 너무 심려치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끝내 입을 굳게 다무는 모습이 더 이상의 무언가를 받아 들지 않겠다는 것만 같아 마을 사람들은 속으로 신음을 삼켜야 했다. 강인하고 올곧음이 저 단단한 얼굴에서 묻어 나오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애초에 도움을 받는 입장인 저들이 더 할 말은 없었다. 이내 마을 사람들이 하나 같이 고개를 조아렸다. 그것에 이와이즈미가 무슨 말이라도 뱉어낼 듯 입술을 우물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숲 속으로 몸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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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음의 이야기 흐름은 8월, 부산에서 열릴 'Flyhigh, Cue!'에 회지로 나올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